이싱자사차호특별전 무명고수전 – 고수는 작품으로 말한다

기간: 7월 19일(목) 오후 3시 개막~8월 29일(수)장소: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주관: 이싱중한도자문화교류센터 / 주최: 한국차문화협동조합 / 후원: 차인지, 차와문화

차를 우리는 도자기를 차호(茶壺)라고 부른다. 차호 가운데 으뜸이라면 중국 장쑤성 이싱의 자사차호(紫砂茶壺)이다. 중국에서 자사차호는 고급 예술품으로 대우받고 있으며, 우롱차와 보이차가 유행하면서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무척 높다. 그중 유명 작가의 작품은 수 백만 원은 기본이고, 고급공예미술사의 작품은 천만 원을 쉽게 넘는다. 소비자의 관심은 높아 가는데 직급을 가진 작가의 자사차호는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오랜 시간 이싱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무명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를 개최한다. 오는 7월 19일(목)부터 8월 29일(수)까지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열리는 ‘무명고수전’에서 실력은 있지만 직급이 없거나, 직급은 있어도 실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싱의 자사차호 제작은 보통 수공으로 이루어진다. 가내 수공업이 주류를 이루면서 반농반도(半農半陶) 패턴으로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농번기 때 농사를 짓고 농한기 때 주로 자사차호를 만들었다. 이렇게 자사차호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자사차호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제작 기법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 가운데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직급을 딴 사람들도 있고 시골에서 농사와 도자기 제작을 생업으로 겸하면서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자사차호는 재료와 제작공예 및 소성 등 전 분야가 나름의 규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공으로 제작하는 자사공예는 정규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현지에서 나고 자라면서 몸에 익힌 장인들의 손기술을 최고로 친다. 자사공예에서 최고 명예직이라 할 수 있는 공예미술대사 작가들도 대부분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자사차호는 자사라는 재료의 특수성, 독특한 제작기법, 이싱이라는 자사 산지와 제작지역의 제한성으로 중국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국가지리표지상표로 등록되었다. 2014년에는 자사차호가 국가지리표지보호제품으로 등록되면서 중국 마오타이 등의 명주처럼 브랜드 보호를 받게 되고 세계적으로 지적 재산권도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자사차호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보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제도와 정책이 강화될수록 부정적인 현상도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 제일 큰 문제는 자사차호의 높은 가격이다. 한국 문경시는 매년 열리는 문경찻사발축제에 자매도시인 중국 이싱시 작가들을 초청하고 있는데, 올해 출품한 작가들 가운데 판젠창(范建强) 작가의 작품 가격이 1,400만 원이었다. 2007년 당시 그의 작품은 8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었다.

현재 자사차호 관련 직급을 보유한 작가가 6,639명에 달하면서 작가 인플레 현상이 나타났다. 차호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작가가 만드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작가호 시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작품의 가치가 실력이 아닌 작가의 직급에 따라 좌우되면서 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작가가 차호를 만든다면 그의 가치는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에 의해서 실현되기 마련이다. 차호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차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자사차호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런 인구를 6억 명 정도로 보고, 한국 차 시장에서도 그 인구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차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문화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차 시장에서 자사차호는 실용성을 우선으로 본다. 작가의 직급을 기준으로 차호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중국의 기준이라면, 한국에서는 그 이름을 떠나 실력으로 만든 좋은 작품을 우선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번 전시는 뛰어난 실력으로 자사차호를 만들고 있는 무명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랜 세월 묵묵히 차호를 만들어온 나이 지긋한 장인부터 뛰어난 실력을 지녔으나 봉건적인 풍토에 밀려 자리 잡지 못한 청년 작가들까지, 무명작가 40 여 명의 작품 4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 기간 중에 자사차호 관련 이야기마당도 열릴 예정이다.